2026년 3월 31일 화요일

호주 4년차의 케미스트 정착기 : 수도크림부터 비판텐까지, 아토피·습진·상처를 위한 연고 총정리


지난 포스팅에서는 얼굴과 바디의 데일리 수분 루틴을 다루었는데요. 

오늘은 피부가 정말 화가 났을 때, 혹은 상처나 습진이 심해졌을 때 꺼내는 '비장의 무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호주 케미스트에는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훌륭한 재생 연고와 항균 연고들이 정말 많거든요. 

저처럼 지루성 피부염과 아토피를 달고 사는 예민 보스들에게는 화장품보다 더 소중한 연고 리스트입니다.


1. 호주의 국민 연고: 수도크림과 포포크림의 마법 같은 활용법



호주 가정집에 하나씩은 꼭 있는 수도크림(Sudocrem)은 저에게 '호주 간호사 할머니의 호랑이 연고' 같은 만능크림 입니다. 

원래 아기 기저귀 발진용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만능에 가까워요. 

땀띠가 심하게 올라왔을 때나 지루성 피부염 부위가 붉게 달아올랐을 때 밤에 팩처럼 두껍게 얹고 자면 다음 날 신기하게 진정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형이 아주 꾸덕하고 하얀 '징크 옥사이드' 성분이 주를 이루는데, 피부 보호막을 강력하게 형성해 외부 자극을 차단해 줍니다. 

 바르면 햐얗게 얹혀지는 제형이다보니 얼굴 전체보다는 트러블이 심한 국소 부위에 아주 얇게 바르는 것을 추천하며, 

진물이 살짝 나는 습진 부위에도 최고의 방어선이 됩니다.

그리고 말하면 입 아픈 루카스 포포크림(Lucas' Papaw Ointment)

이건 크림이라기보다 끈적한 밤(Balm) 형태인데, 상처 치유 능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저는 물 만지는 일을 하다가 손가락 끝이 갈라져 피가 날 때 포포크림을 듬뿍 바르고 밴드를 붙여둡니다. 

그러면 하루 만에 살이 붙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어요. 벌레 물린 데나 입술 튼 데는 기본이고, 가벼운 찰과상에도 직빵입니다. 

끈적임 때문에 낮보다는 자기 전에 바르는 것이 좋고, 가방 속에 항상 넣어두면 언제 어디서든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든든한 아이템입니다.


2. 장벽 복구의 끝판왕: 비판텐과 라로슈포제 B5 시카플라스트

한국에서도 육아 필수템인 비판텐(Bepanthen)은 호주에서도 스테로이드 없는 만능 재생 연고로 통합니다. 

스테로이드가 없어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 걱정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죠. 

저는 아토피가 넓게 퍼져 피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해졌을 때 비판텐을 로션처럼 넓게 펴 바릅니다. 

끈적임은 좀 있지만, 덱스판테놀 성분이 피부 장벽을 다시 세워주는 데는 이만한 게 없거든요. 

특히 습진 때문에 얇아진 손등 피부에 밤마다 듬뿍 바르고 면장갑을 끼고 자면, 다음 날 아침 피부가 훨씬 탄탄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판텐의 끈적임이 부담스럽거나 얼굴에 좀 더 세련된 재생 크림을 바르고 싶다면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La Roche-Posay Cicaplast Baume B5)를 추천합니다. 

발림성이 훨씬 좋고 백탁 현상도 적어 데이용으로도 무리가 없습니다. 

지루성 피부염이 도져서 어떤 스킨케어도 따갑게 느껴질 때, 저는 모든 단계를 생략하고 이 B5 밤 하나만 듬뿍 바릅니다. 

판테놀과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재생을 도와주어 피부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시켜줘요.


3. 염증과 가려움 해결: 안티셉틱 연고 사블론과 스테로이드 활용 지혜

피부가 가려움을 넘어 긁어서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려 할 때는 소독 성분이 들어간 안티셉틱 연고가 필요합니다.

제 파트너 여동생도 어릴때 아토피가 있어서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추천해주신 제품이에요.


제가 정착한 제품은 사블론(Savlon)입니다. 한국의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같은 역할을 하는데, 끈적이지 않고 쏙 흡수되어 사용감이 아주 좋습니다. 

손 습진 부위에 2차 감염이 우려될 때나 땀띠를 긁어 상처가 난 곳에 얇게 펴 바르면 흉터 없이 깔끔하게 낫습니다. 

베타딘(빨간약)보다 자극이 적고 무색이라 옷에 묻을 걱정도 없어서 야외 활동 중에도 수시로 바르기 편한 효자템입니다.

하지만 아토피나 지루성 피부염이 정말 통제 불능일 정도로 심해질 때는 고집부리지 말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아주 소량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결국 심할 때는 한국에서 가져온 연고를 꺼내 드는데, 확실히 불을 끄는 데는 스테로이드만 한 게 없거든요. 

호주 약국에서도 약한 농도의 하이드로코르티손 연고를 살 수 있지만, 내 피부를 잘 아는 한국 연고가 마음이 더 놓이더라고요. 

물론 스테로이드는 독이 될 수 있으니 딱 2~3일만 짧게 사용하고, 증상이 완화되면 즉시 비판텐이나 사블론 같은 보조 연고로 관리 체제를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참는 것보다 적기 적소에 약을 쓰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진정한 노하우입니다.


건조한 호주의 스킨 케어 제품들

지루성 피부염부터 습진까지, 호주 환경이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케미스트의 좋은 제품들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더 스마트하게 제 피부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린 수도크림, 비판텐, 사블론 등은 예민한 피부를 가진 분들에게는 정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으셔서 호주의 건조한 공기를 별탈 없이 이겨내시길 바래요.